스물 아홉의 끝은 헤픈 엔딩?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글은 선곡이 다소 조심스러웠다.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분명 글의 내용에 맞을라면 이 곡밖에 고를게 없는데... 예비로 원래 에픽하이의 "헤픈 엔딩"을 선곡할 까...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초고는 그 글과 거기에 맞게 생각난 곡이 짝을 이루는 스타일이라... 어쩔 수 없이 이 곡을 고르게 되었다.



<이번 BGM은 KK-미스트>

이제 14일 후면 나의 20대도 끝이 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30대의 시작이기도 해서
이걸 굉장히 좋게 생각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소 여러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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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다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해 뉴딜일자리도 끝났다. 그리고 남은 5개월은 일단 쓰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무래도 EH Company Project는 가동한다고 해도 3월 즈음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때에 시간을 맞춰
연장하고 싶었지만 서울시의 정책은 그런 식으로 허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성북구청에서의 내 일은 이제 14일 후면 끝난다.

뭔가 가계부 어플을 깔고 나서 (뱅크샐러드 어플로 관리를 하고 있다.) 잔고를 열어보면
솔직히 나의 20대는 참 "후회막심"하다고 밖에 설명은 그리 안된다.
프리랜서 작업으로 번 돈도 몇 푼 안되고,
정작 첫 해 뉴딜로 벌었던 1300만원 남짓한 돈은
여러 이유로 다 써버린 듯 통장엔 없다. (역시 월급은 통장을 스치나)
그나마 올해 일을 하며 다시 100만원 남짓으로 10개월 (4시간 파트니까) 을 해서
겨우 1000만원 남짓을 벌고, 그리고 별도로 자잘한 프리작업을 해서
번 돈을 정산하니까 딱 1000만원 하고 살짝 더 벌고 끝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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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나를 후회막심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을 다양한 연유로 잃었다.

아무래도 이 곡을 이번 BGM으로 선곡한 것도 그렇다.
정확하게는 "잃은 사람" 중에 한명이 추천해 준 곡이기도 하지....
하지만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아진 것은"
이 곡을 나에게 메신저로 보내준 이후로 기억한다.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나를 기억하고 싶다는 그 말.

그 말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늘 그랬듯이 불편하지 않고
그저 "산큐-" 라는 말로 받아칠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더 나를 아프게 한 것은 "금전적인 거"로 잃은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 보통 나에게 돈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뭐 그거에 조심하지 못해서, 덤벙대서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빌려줘서 서로 마음 다칠 바에야 그냥 시원하게 줘 버리자"는 마인드라서
그래서 자잘하게 몇 푼 준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의현이형, 급전 필요해서 그런데 몇 푼 주실 수 있나요" 라는 질문 속에는
"난 이 형의 통장에 있는 피같은 돈을 빨고 나 살기 위해 튀겠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걸 모르진 않았는데, 더 명확하게 알게 되어서 기분 참 더럽고 좋았다(...)

암튼 그런 사람 몇명 있었는데 굳이 찾아내서 패대기 치진 않으려 한다.
그러기엔 이젠 어차피 연락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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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갑자기 엄마에게
"엄마 이제 난 돈 쓰는게 너무 조심스러워,
아니 작년에 그렇게 돈을 펑펑 써버린게 후회스러워!" 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털어놓았다.

그런데 엄마는 나에게 혼을 내긴 커녕 이 말을 대신 돌려주었다.

"그래도, 그렇게 시원하게 써 볼 때도 있어야 해."

이 말속엔 참 많은 게 담겨있었다.
송기영씨와 김순희 여사는 서른 하나에 결혼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이 부부가
"통장 안에 있는 돈을 시원하게 써본 적"은
두번 다시 오지 못했다.

심지어 박입분 집사님도 그렇게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지만
그 돈은 모두 본인의 병원비로 다 날아갔을 뿐,
당신이 시원하게 제대로 써본 적은 거의 없다시피 한 채로,
소천했다.

어쩌면 나의 30대도 내 가족들과 비슷할 수도 있고,
아니면 차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30대를 맞이하는 기분이 그렇게 개운하지는 않은 거 같다.

스물 아홉을 "정말 잘 끝내고 싶다"는 바람도 이렇게 어그러지는 거 같다.

참 헤픈 엔딩인 거지.

뭐 어쩌겠어. 남은 2주 남짓이라도 즐겁게 보내야지 뭐.

//4

에필로그. 내년 3월 슬기가 결혼을 하며 드디어 나와 내 친척들 대에서는 두번째 기혼자가 생겼다. 문제는 날짜를 3월 1일 삼일절로 잡은 것까지는 좋은데, 그게 주일이라는 거...

미리 말해줘서 고맙긴 했다만 그 주일 일정에 대체자를 구해야 하는게 벌써부터 골칫거리로 남았다. 게다가 처음 남의 축의금 받는 일을 해보니.... 어색하고 머쓱하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결혼식이라는 걸 하려나.

아니, 그 전에 연애라는 거는 해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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