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동 SK아파트, 구 종암2동 구역의 재개발 계획이 세워져 종암2동 구역의 대부분을 밀고 만들었던 이 아파트는 1999년, 즉 20세기의 끝을 맞은 세기말적 건축 디자인을 맘껏 보여주자는 SK건설과 성북구의 나름의 야심작이었다. 당시 아파트들로서는 (지금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곡면 형태"의 아파트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원형 광장, 그리고 107동 지하주차장부터 101동 지하주차장이 아예 통으로 하나의 지하 주차장 구조로 된 (과거의 90년대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은 각 동별로 따로 따로의 주차장을 가진 형태 혹은 따로의 단지 한켠에 지하주차장을 민방공 대피소 겸용으로 파놓은 공간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로써는 많이 실험적인 건축적 요소가 도입된 곳이었다.
게다가 이 곳이 당시 "핫했던"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당시 영화 <해피 엔드>의 촬영 로케이션지로 이 아파트가 선정되었던 건데, 극 중에서 주인공 서민기-최보라 부부 (최민식씨와 전도연씨가 연기했다.) 의 집으로 이 곳이 주 무대로 나온다. 문제는 촬영 시점이 당시 SK아파트의 입주 시기였던 1999년 4월에서 살짝 언저리였던 4월 말 즈음부터 진행되었던 고로, 이 당시 정지우 감독 포함 제작진,출연진들도 촬영 후기 등에서 이삿짐 차량과 촬영 차량이 정말 "뒤엉켰다" 라고 말 할정도로 당시 이 지역의 나름의 교통난(?)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1999년에 지어졌던 이 아파트는 이제 딱 20년을 맞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에는 아파트에 개별난방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지 못해서 중앙난방 방식으로 무려 19년씩이나 굴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자금의 여력이 있는 가정들은 바닥에 따로의 전기판넬을 놓는다거나, 전기 온수기 등을 장만하는 임시방편으로 나름의 개별난방을 해 왔지만 단지 차원의 개별난방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드디어 2018년 말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19년, 드디어 개별난방 시대를 맞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이후의 20년 후에 이 아파트는 어떤 모습, 어떤 사람들, 어떤 아파트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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