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 - (솔직히 까고보면) 이미 예견된 쇼크


<오늘의 BGM은 참 적절하게(...) Bad Apple>

몇일 전부터 애플의 상황이 참 "처참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 현재 나스닥 상황을 보면, 블리자드도 처참한 건 맞지만, 블리자드가 일단 게임-엔터테인먼트로만 업종이 한정이 되어있고, 애플같은 그런 큰 틀의 플랫폼을 만드는 곳까지는 아니므로 (게다가 이쪽은 컨텐츠 저작권이 그럭저럭 탄탄은 하기 때문에 게임 외의 사업이 그럭저럭 되면 버틸 수는 있을 지도 모른다.) 여기보다 더 큰 틀의 플랫폼을 만드는 애플의 상황이 2019년 연초부터 처참하게 흘러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거 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다.


232달러, 그리고 148달러. 애플이 시총1위의 고점을 찍었을 때의 고점이 주당가 232달러였고, 지금 현재, 1월 4일 전주 주말장을 끝냈을 때 시점이 148달러였다. 정확하게 반토막이 났다. 정말 이건 쇼크가 맞다. 그리고 결국 2018년의 마지막 장 마감주가 끝났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시총 1위를 탈환했다" 라는 소식이 들렸고, 2019년이 시작하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총 1위를 굳히고, 아마존-알파벳 (구글)이 시총 2,3위로 역전하며 애플이 시총 4위로 털려버리는 굴욕을 당하고만다.

그런데, (나도 일때문에 애플 장비를 쓰긴 하지만) 이건 이미 "예견된 쇼크"이긴 했다. 솔직히 EH Think란에서 일일이 번호구분을 해가면서 쓰는 글이 많지는 않은데, 이번이 오랜만에 그렇게 쓰는 글이 될 지 모르겠다. 왜 이게 예견된 쇼크인가 하면....

1. "도란스 내려"에 대한 대처법의 부재 - 솔루션 사업에 대한 등한시

미국 IT 4대 기업, 그러니까 MS-아마존-구글-애플 중에서 애플만이 가진 특징은 "얘네는 순수하게 제품만 판다" 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제품이고 브랜드인데, 유일하게 이 회사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솔루션 사업이다. 이게 뭔 사업이길래? 라고 하면 쉽게 설명해서 아마존엔 AWS, MS엔 애저, 구글에는 G Suite-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이런 기반시스템 적인 서비스가 있는데, 애플은 이런 게 없다. 그나마 icloud가 있지 않느냐 라고 하지만 애플의 iCloud는 구글이나 MS등과 다르게 API를 따로 열어놓은 것도 아니거니와 이쪽은 애플의 자체구축 서버를 다 쓰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뿌리가 빈약하다는 것은 태풍이 밀려오거나 지진이 몰아칠 때 쉽게 잘 쓰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이 이젠 정말 그 상황이다. 솔루션 사업 면에서의 빈약함은 이베이보다도 더 심하다. 아니 이베이는 차라리 페이팔이라는 결제-송금관련 솔루션이라도 따로 쥐고 있지, 그런 것마저도 없는 애플의 상황은 위기에 그렇게 강하진 않았다.

2. 팀쿡 체제 이후 - 밥 말아먹은 품질 관리, 무의미한 고가정책

최근 애플의 제품들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이슈가 다름아닌 "품질문제" 그러니까 QC이다. 예전에도 애플 물건들의 QC 이슈는 많이 나왔었긴 한데.... 이번엔 그 정도가 좀 많이 심하다. 특히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쓴 알루미늄이 과거 아이폰6의 휘어짐 문제를 유발했던 알루미늄 6000을 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더 폭발하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정말로 신형 패드프로는 내구도가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있다. 

"관리의 애플"의 시기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니 정확하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관리의 애플은 아이폰8 - 2018년형 아이패드 까지에서 끝났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실제로 아이폰8 - 2018년형 아이패드가 제일 고객 불만이 적은 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애플이 "잘 만든 제품"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라고 느껴진다. 더 이상은 예쁘게 - 얇게 - 기능적으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소위 우리가 "잘 만든 제품"의 한계점은 딱 거기까지라고 느껴진다.

(출처 - 가디언지 인터뷰 "Tim Cook: Apple products aren't just for the rich")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밥말아먹은 품질 대비 "심각하게 미치도록 비싼 가격"이다. 물론 비싼 가격, 고가정책은 애플의 전매특허라 불리니까 이젠 애플 팬보이들도, 타사 팬보이들도 그러려니 한...듯 했지만 타사 팬보이들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긴 있었다. 바로 "비싼만큼 값을 하는 품질과 만듦새"이다. 비싼만큼 그만큼의 값을 한다는 것이 애플에 대한 타사 유저 / 애플 유저들의 어느정도 공통된 생각이었지만, 그게 딱 정확하게 배터리게이트 시점에서 끝나버렸다. 그런데 팀쿡의 현재 판단은 진지하게 "마진중독"을 우려할 정도로 마진에만 목을 맸고, 매출에만 목을 맸다. 

정말 대당 200만원을 받을 생각이었다면, 200만원에 맞는 기능이나 서비스가 제공이 되어야 하는게 만고의 진리라는 것은 고급 레스토랑 (히오스 말고) 등에서 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어느정도 알거다. 아무리 미슐랭 빕구르망 이상의 마크를 받은 음식점이라 한들 지금 당장 내 앞에 내놓은 음식이 개판이라면 돈을 지금 당장은 내겠지만 다음에는 거기에는 돈 주기 싫게 되는 것이 당연한 사람 심리인 것이다. 

솔직히... 애플이 잘 나갈 당시 품질 관리를 밥말아먹었던 회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인 것이 더 이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그때 터졌던 그 유명한 사건이 다름아닌

갤럭시 노트7 사건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때가 2016년, 아이폰7 나오던 때였다. 그때 이후에 삼성이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퀵차지 고속충전을 제한시키고, QC 검수가 시쳇말로 "빡세진" 것이 딱 이 사건 이후였다. 그때 당시 삼성이 얼마나 나사빠질 정도로 기강이 해이했냐면 그때가 딱 정확하게 우리의 503덕에 삼성이 내외적으로 미쳐돌아간 상황에서 갤럭시 노트7의 불량률이 0.0024%, 시그마6 이론상 표준 불량률인 0.002를 "좀 많이"넘어갔다. 

그런데 이젠 그때 "관리의 애플"이란 소리 들었던 애플이 품질관리를 밥말아먹고 있다. 그나마 안전사고가 나는 급의 사고만 없었다 뿐이지, 현재 XR이상의 물건들은.... 기본적으로 마감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소리가 계속 나온다. (그나마 XR이 정상적으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3. 중국 몰빵의 말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쭉 제기되었던 한국 유저들의 불만은 "애플은 중국을 너무 편애한다" 라는 것이었다. 물론 애플페이가 한국에서 안되는 것이 제일 크게 한몫하지만 (중국은 애플페이가 2016년에 도입되었다.) 실제로 중국 유저들에게 유리한 구석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A/S, 오죽하면 내가 대학 후배가 중국 심양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시절, 애플 아이폰5를 쓰고 있었는데, 박살났거나 박살날 거 같으면 무조건 무리해서라도 심양 애플스토어로 가라고 했을 정도로. 물론 지금도 한국 직영 대비 A/S가 같은 직영인데도 더 좋은 편에 속한다.)

솔직히 예전이었으면 중국에 대한 리스크는 "이론상 리스크"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실제가 되면 애플도 데미지가 없지는 않을거란 예측이 많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중국-미국간 무역전쟁이 터졌다(...)


당.연.히, 중국 입장에서는 타국 제품보다는 자국 제품, 특히 샤오미나 화웨이가 있겠다 이쪽을 쓰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거기는 그럴 수 있다. 왜냐, 우리가 그렇게 (조오오오오오오온나) 싫어하는 공산당이 있는 곳이니까.

솔직히 우리가 공산당이 싫어요 식의 소리를 많이 하고, 또 듣기 때문에 이게 왜 큰 리스크일까 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는 "국가가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는 약간 얼터너티브한 전체주의라는 것이다. 물론 과거 소련, 장쩌민-후진타오 전까지의 중국은 그래도 그것을 "각 소비에트들이 모인 회의체"라고 하는 코민테른이나, 내부 파벌. 이른바 "집단지도체제"라는 내부 견제장치 등으로 어느정도 조정을 해 왔다. 그게 유일하게 전체주의 (독재라고 하는)와의 어느정도의 차이점이었지만

최근 중국은 그런 집단지도체제를 시진핑이 밥말아 먹었다. 오호 통재라(...)

다시 애플이야기로 돌아와서, 문제는 그런 애플에게 "플랜 B"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그 플랜 B라는 게 "홍콩-마카오"였으면 정말 더 FAIL이고, 인도-베트남에 눈을 막 돌린다면 이미 늦었다. 거긴 이미 한참전에 삼성이 중국에 들이댔다가 여러 상황으로 고초를 겪고 나와바리를 잡은 곳이거든(...)

한국 사람이라서 하는 "징징"이 아닌 진지하게 애플은 한국 시장을 "보험과 같은 곳"으로 여겼어야 했다. 물론 애플이 일빠 성격이 좀 짙은 동네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잡스부터가...) 일본은 IT 기술의 갈라파고스성이 한국보다도 심하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캐쉬카우"정도로 삼을 순 있어도 "보험"으로 삼기는 어렵다. 왜냐면 (가령) 애플 장비보다 더 나은 장비가 소니나 MS등에서 나온다 하면 일본의 유저들은 닥치고 다 그쪽으로 우루루 몰려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애플은 한국을 "보험"으로 삼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해야 한다. 물론 후회해도 지금 시점에선 냉정하게 말하면 늦었다. 아이튠즈 스토어, 애플케어 플러스, 애플 페이... 한국이 "정상적인 시장으로 대우받았다면" 진작에 다 도입되어야 했던 것들이다. 특히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는 진작 도입이 되었어야 소위 말하는 "음원 사재기"건은 아예 원천차단되었을지도 모른다. 정작 한국에 입성만 한다면 "업계의 구원자" 포지션을 받을 수 있는 애플이었겠지만 그게 자의가 되었던 타의가 되었던 그 영광은 자기 스스로 걷어찬 셈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아무튼 최근의 "애플 쇼크"에 대해서 내가 애플 장비를 써온 경험이나 기타 여러 경험들, 뉴스들을 모아서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다. 하지만 저 장황한 글들을 압축하여 결론내자면, 애플 쇼크라 하는 애플의 하락세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리스크들이 일거에 폭발했다는 것 정도로 요약이 가능할 거 같다.

다시 상승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상승할 수 있다" 로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비관적으로 "추락이 끝이 아닌 이게 시작" 이라는 말을 하려고 한다. 솔직히 잡스 사후에 많이들 지적했던 문제가 "잡스 이후 확실한 플랜 B가 있느냐"라는 것이었지만 애플은 그런 플랜B를 솔직히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차라리 애플의 차기 CEO는 필 쉴러나 조나단 아이브가 되는게 나았을 거라 보인다. 분명 CEO바뀔 때만 해도 MS-애플의 상황은 스티브 발머는 최악의 CEO, 팀 쿡은 그럭저럭 무난한 CEO라는 평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다시 보면 아니다. 차라리 발머는 그래도 MS 애저의 기틀이라도 닦아놓았지. 팀쿡은..... 그냥 야구로 치면 김성근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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