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천이라는 지명을 접할 때 정릉동 사람들과 종암동 사람들은 각기 다른 곳을 집게 된다. 당연히도 정릉동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릉천은 정릉시장 안에 있는 이른바 "정릉 개울장" 이 있는 그 곳을 정릉천이라고 하며, 종암동 사람들은 "월곡역 홈플러스 앞"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다행인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두 곳 다 정릉천이라는 사실이다.
정릉천, 북한산에서 발원되어 나와 정릉동을 거쳐 길음동-월곡동-종암동을 거쳐 제기동과 용신동을 거쳐 청계천과 합류하는 청계천의 지천이다. 재밌는 것은 바로 그 옆지역인 안암동과 용두동은 성북천이 흘러가는데, 정릉천과 성북천 사이에 합수부는 이전 조선시대때도 존재하지 않았고, 대한민국 이후에도 정릉천과 성북천 사이에 합수부는 없이 그냥 그대로 청계천과 합류했다는 것이 다소 재밌다면 재밌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개발의 시기를 거치며 성북천도, 정릉천도 모두 복개공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성북천은 비교적 과감하게 삼선동쪽의 복개구간에 있는 주택가를 재개발과 도시재생으로 조정하여 성북천의 강가와 한성대 근처로 재배치하여 성북천을 완전히 복원할 수 있었지만, 정릉천은 그렇지 못했다. 길음뉴타운과 종암사거리의 도로 교통량을 생각했을 때, 이 중간 길음동 라인의 물길을 연다는 것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서울시와 성북구는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으로 하수구관-빗물관과 정릉천 물길-상수도관을 재조정하여 지금의 그나마 현실적인 형태의 정릉천으로 복원되었다.
하지만 복원 초기만 해도, 아직 이 정릉천이 "깨끗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릉시장 구간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월곡동-종암동을 거치면서 하수관의 하수량이 증가하는 성북구의 구조상 (애초에 종암동 인구가 4만 4천명 정도인데, 그 사람들이 볼일본 거 한텀 분량이라도 정화조에서 처리되어 하수관으로 간다고 생각해보라) 이렇게 분리를 시켜낸다 한들 냄새를 막을 방도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도보길 개방과는 별개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상당히 심했던 지역이었고, 한번 가뭄철이 오면 물이 아예 고이지도 않아 비가 크게 오길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고, 홍수급으로 비가 와도 물이 잘 안빠져 그 다음 초가을까지도 모기의 산란장이 되는 등 종암동 정릉천 구간의 복원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정릉천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월곡역 코업스타클래스 아파트의 개발이 크게 작용했다. 정확하게는 2000년대 초 월곡역이 만들어지면서 정릉천에 한번 획기적인 변화와 복원이 시작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정릉천은 "쓰레기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치운다." 그리고 "상수도관 하수도관 분리로 오수가 정릉천에 방류되는 것을 막는다" 정도의 방향성밖에는 성북구청 측에서도 잡혀있지 않았다. 그러나 월곡역에 주상복합이 지어지는 계획이 세워지고, 구 월곡역 인근 주택가와 소규모 가게들이 정리되면서 그에 맞춰서 정릉천도 일종의 "리노베이션"을 거치게 되었다.
정릉천의 리노베이션은 정확하게는 한 3번을 거쳤다. 먼저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드는 것과 철새,민물고기의 생태계 형성을 위한 하천 내 인공어로 설치가 1차였다. 그리고 2차는 아직도 일부 구간에서 발생한 시궁창 냄새 및 안전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자전거도로를 아예 종암동 타이어뱅크 종암점 지점까지 확장하는 것이었고, 3차는 정릉천 상부에 따릉이 정차소 설치, 그리고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하여 정릉천을 주민들의 "쉼의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들이었다.
이 긴 작업들은 2018년 말 즈음에서야 끝났다. 물론 이 곳에 사는 주민의 입장으로서는 정릉천은 분명 고칠 것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정도 환골탈태 시킨거라면 그럭저럭 성북구와 서울시의 노고는, 인정해 줘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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