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하고 아홉



<오늘의 BGM은 뮤지컬 싱글즈 넘버 - 스물아홉>

솔직히 서론을 어떻게 적을까 하다가 오늘 BGM으로 나오는 뮤지컬 <싱글즈>의 오프닝 넘버인 <스물아홉>의 가사중 일부를 그냥 한번 적고 가자

난 괜찮아 그저 똑같은 하루
난 괜찮아 모두 준비돼 있어
서른 되도 난 문제없어
난 무섭지 않아
나는 두렵지 않아
지금 난 행복해

지금 새벽기준으로 1월 4일이니까... 완전 1.4 후퇴의 기분을 맞은 스물아홉이 되었다.
솔직히 29세라는 나이를 맞고 나서 조금 ㅎㄷ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젠장 여기서 정확하게 360일이 지나면 30이야. 그러니까 내가 서른이라고. 뮤지컬 싱글즈가 만들어질 당시인 2000년대 초만 해도 29~30에 결혼한다는 것은 늦은 거 정도로 취급받았다. (왜냐면 송기영씨가 1990년 당시 결혼할 때 나이가 30이었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이게 "엄청 늦은 결혼" 취급을 받았다.)

지난번 사촌형 결혼때로 다시 돌아가보자. 사촌형과 형수님이 결혼할 시점에서의 나이가 사촌형 34 / 형수님 35였고 (한살 연상이다.) 이게 송기영씨 기준으로도 5년이 늦은 텀이다. 그러니까... 이젠 이게 거의 평균치가 되었다고 보면 정확하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20년 내외의 텀 동안, 세월도, 문화도, 상황도 바뀌면서 스물 아홉살의 나이는 점점 더 뭔가 어정쩡한 나이대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20대이지만, 이젠 20대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그렇다고 30대에 끼기엔 좀 많이 부족한 그래서 정말로 애매한 시기, 스물 하고 아홉이다.

열 아홉 당시때만해도 20대가 된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곧 다가온 수능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 공존했던 거와는 다르게, 스물 아홉에서는 그딴게 없는 거 같다. 주변 30대 분들에게 29세때 어땠냐고 물어보면 다들 비슷하게 "30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20대 때 보다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던 사회적으로던 좀 더 윤택해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만 있다." 라고 하시는 걸 보니 30대가 된다는 것이 김광석이 오래전에 불렀던 <서른 즈음에>의 가사마냥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더라.

그런 면에서 스물 아홉이라는 건 "매일 이별할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느껴지더라. 아니, 당장 1월 1일부터 1월 3일까지의 나의 일상을 보면, 작년에 인턴 8개월을 거치면서 몸은 이미 아침 10시 출근에 맞춰져 아침드라마-아침뉴스 시그널 음악에 알아서 눈이 떠지게 되었지만, 정작 엄마도, 할머니도 내게 일어나라/밥먹어라 소리를 하지 않으시며, 공인인증서 포함 은행 업무-관공서 업무에 대해 가족들에게 물어봐도, 이젠 직접 공무원들과 부대껴가며 알아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고, 원래는 2020년에 하려던 EH Company 프로젝트도 1년을 땡기게 된 상황이 생겨서 인턴 후 실업급여 관련 서류 및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창업관련 프로그램, 정책 파악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도 이젠 내가 그냥 알아서 시청에 가서 주무관님들에게 일일이 포스트잇으로 다 적어가며 프로세스를 확인하는 상황이 왕왕 있었다.

아무튼 이 3일을 거치며 느끼는 기분은
저 뮤지컬 속 주인공 나난에게 하는 나의 답변이기도 하다.

스물아홉의 첫 3일을 거쳤는데도 난 지금 많이 무섭다.
스물아홉의 첫 3일을 거쳤는데도 난 지금 많이 두렵다.

그런데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일단 6개월은 부대껴봐야 알 거 같다.

암튼 그렇다. 게다가 다음주 일정마저도 <신년 특별 새벽 기도>가 껴 있어
새벽부터 밖에 나가 칼바람을 맞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나의 스물 아홉에 대한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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