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BGM은 우타다 히카루 - Forevermore>
누군가가 "오늘 왜 이 글에 우타다 히카루를 끼얹냐 이 새끼야!" 라고 할 거 같다만, 우타다가 실제로 상당한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곡을 선곡 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 곡 가사의 영어가사 한 줄이 아직도 나를 깊게 때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도 있다.
나도 실토하자면, 염세주의에 다소 찌들어있는 인간이다. 솔직히 이 염세주의가 다소 극에 달해있던 시절은 그 유명한, 생각만 해도 "씨발!"이라는 욕이 먼저 튀어나오기 딱 좋은 2013년 대통령 선거 직후였었다. 아니 그 전에도 한번 염세주의가 살짝 극에 달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2008년 광우병 쇠고기파동 직후였나? 암튼 몇번 정도 염세주의가 극에 달했던 적이 있었고, 그 외에는 아주 가끔씩 우울이 찾아오거나, 귀찮음이 밀려오거나 하여 아 살기 싫다 이 뭣같은 세상... 식의 생각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것도 자주. 이 즈음에서 나의 염세주의에 대한 증명은 대충 이 지점에서 마무리 하려고 한다.
그런데 염세주의가 극에 달하는 지점에서는 이상한 게 또 하나 더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그게 뭐냐면 "이성에 대한 혐오" 아 물론 그 이성이 절대로 性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다는 젠더갈등 그런거 말고) 인간의 이성에 대한 혐오감이 살짝 스멀스멀 세트로 올라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 만든 거라는 것이 고작 독가스와 핵폭탄과 허무주의 정도라면 그까짓것 씨발 엿먹으라 그래" 로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되는 문장으로 말이다.
어릴 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처음엔 친구 어머님이 같이 가자 하셔서, 였다가 거기서 살짝 지난 후에는 여러 이유로 정신적으로 다치기 시작하면서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피해보려는 도피성의 느낌이었다가, 거기서 조금 약간 더 지난 후에, 그나마 조금 나은 삶을 얻게 되었을 시점에서는 문득, "이 세상이 싫어질락 말락한 지점에서 내가 그래도 기댈 곳은 어디인 거지?" 라는 의문에서 그래도 그 곳이 여기, 교회이긴 한가부다... 라는 약간의 막연함에서 교회생활을 하게 된 것도 맞다. 같잖은 염세주의였던 거지. 그리고 정확하게, 2008년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MB정부의 폭주가 막 나가는 상황에서 그 정부가 정작 방패막으로 삼은 것이 교회였다는 것을 느꼈을 때즘. "우리가 씨발 무슨 니네 장기말이냐!" 라는 생각과 함께 세트로 "씨발 원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좀 많이 불합리한건 사실인가봐" 라는 생각도 같이 들기 시작하더라.
그런 거국적인 부분에서 염세주의 말고 미시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자면,
난 참 여러 부분으로 주위사람을 참 많이 잃었다.
특히 크게 나를 괴롭힌 것은 두개,
남주가 그 겨울에 아르바이트 한다고 오토바이 타고 일 나갔다가 고려대 정문 앞에서 교통사고로 떠났을 때. 그리고 또 하나는 정말 뜬금없던 때에 조금 늦게나마 지숙이의 부고를 접했을 때, 딱 두개의 경우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내가 "제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도 안된" 마당에서 깜빡이 안키고 훅 들어오듯 닥쳤던 거라 약간의 정상참작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후자의 상황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제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와도 나는 의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게 눈 앞에 다가온 마당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마당에서" 모든 것이 다 끝난 후에야 그 소식을 받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에서
"나란 인간이 이 세상에서 없었을 때 슬퍼할 사람이 많을까, 모른척 지나칠 사람이 많을까, 잘죽었다고 파티를 열 사람이 많을까?" 라는 질문 속에서 머릿속의 퍼센테이지는 슬퍼할 사람이 많을 거 같다는 쪽보다는 모른척 지나치거나, 잘 죽었다고 파티를 열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는 쪽에 많이 배분되더라.
어쩌면 그런 불합리함만 가득한 이 지구에서 그래도 "차라리 신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낫겠다"는 생각만 굳어지더라. 이 염세주의가 알아서 생길 수밖에 없는 지구라는 동네에서 그래도 그래도 "슬퍼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게 믿겨지던, 안 믿겨지던, 그래도 안아주는 누가 있다는 게 그래도 아주 약간은 위로가 될 테니까. 그리고 그래도 정말 내세가 있다면, 신이 있다면, 그래도 지금 눈 앞에서는 사라져, 빛의 한 구석으로 가 있던, 어둠의 한 조각이 되어있던, 그래도 어딘가에는 있다는 것이 아주 약간은 그리우면서도 위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 런. 데. (지금부터가 본론이야.)
그런 나의 염세주의에 모욕감을 안겨준 것들을 보고 만거야.
먼저는 전날의 오후, 네이버에서는 이젠 너무 많이 봐서 스팸처리로 넘겨버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블로그 팔으라는 식의 권유 메일은 너무나도 나를 모욕하는 식의 어투로 이야기하더라. 일부 글을 가감없이 싵자면
"다름이아니라 현재 블로그를 잠시 쉬고계시다면 임대 제의드리고싶어 연락드렸습니다 !
1년 임대계약기준 최소 100만원 이상 매입하고싶어요 !"
여기는 Magazine G, 존나 매운맛으로 답변해줄게
씨발, 나 블로그 안쉬고 있다. 내가 블로그 쉬고 있는 퇴물로 보이냐.
또 하나, 내 삶의 기록을 담은 공간이 한낱 월세나 전세집으로 보이냐 씨발새끼야?
또 하나 더, 그따구로 메일 쓰면서 부르는 금액이 100만원?
씨발, 이번달이면 끝나는 인턴도 월급이 세전 200이다 씹새야.
너무 기분이 뭣같았지만 근무 중이었던 관계로 내색은 안하고 휴지통으로 보냈지만 퇴근하고 계속 그 메일 글이 생각나서 기분을 반쯤 잡쳤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어제 새벽 너무 이른 잠을 잔 것일까. (요즘 일정이 연말 잔업 일정들이 몰아쳐서 무리해서 일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새벽 언저리에 갑자기 눈이 떠졌는데, 양치를 안하고 잔 거 같아 부랴부랴 양치를 하고, 자던 사이 놓친 문자가 있을까 하고 문자를 보다가, 아까 그 메일이 생각나서 그냥 네이버 블로그를 들어갔다가 그 문장을 보고 말았어.
"너 신은 믿고 있니"
.....그 문장을 본 순간 바로 폰을 툭 던지고 말로 형언 못할 빡침으로 침대에 다시 누웠다.
(그나마 근처에 책쪽에 폰을 툭 놓았으니 망정이지)
순간 이게 내 같잖은 염세주의의 말로를 보는 게 아닌가 싶더라.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그깟 미련이 얼마나 쌓였으면, 내 별명을 제목으로 걸고 자기 상황을 넋두리로 이러쿵 저러쿵 늘어놓으면서 그 미련의 남음을 실토하는 건 알겠는데, 마지막에 던지는 문장이, 뭐?!
너, 신은 믿고 있냐... 라는 문장으로 정죄를 하시다니.
젠장할, 내가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이젠 터트려야겠어.
내가 지금 발붙이고 사는 세상은 못믿겠거든. 그래 가지고 그래서 그나마
믿음과 불확실 속에서 겨우 그래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은 동앗줄 잡고 낑낑대는데
너는 자기의 그 연심 안받아줬다고 그런 문장으로 그렇게 쉽게 후려칠 수 있는건가.
그래, 그 덕에 나 주변에서 완전히 나쁜놈 확정 되었고 원래도 빌런스럽기 짝이 없는 염세주의자라서 이젠 약간 덤덤해졌는데 그렇게 확실하게 못박아줘서 고맙다.
이젠 확실하게 정 떨어진다는 말이 나올 거 같다.
그 덕에 선약잡힌 15일의 토요일은 그래도 성은이형,
아니 성은간사님을 다소 후련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아.
그냥 솔직히 말할게, 넌 내 이상형 아니야.
.....됐죠?
............
그래도 가끔 내 염세주의에 찌든 모습을 보고도
무심한듯 시크하게 "매점가자 찌랭아" 하던 지숙이나
예림이나 승봉이나...
암튼 선린의 친구들이 곁에 있긴 했었던 거 같은데...
예림이는 미국에 있고, 승봉이는 연락도 안되고.
이제 지숙이는 이 세상에 없네.......................
그래도 20대가 거의 끝나가는 이 시점.
아직도 우타다의 목소리를 대신 빌려 나오는 이 문장이 나를 가슴 시리게 해.
oh oh others come and go, But you're in my soul, forevermore....
(오, 오, 다른 이들이 왔다 가. 근데 넌 내 마음 속에 있어. 영원토록...)

0 댓글
스팸이나, 좀 선을 넘는다 싶은 댓글은 갑작스럽게 저 우주 넘어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