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아싸논쟁


<오늘의 브금은 아웃사이더-주변인이다>

요즘 갑자기 "인싸"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니까 Insider가 되려는 사람들이 SNS나 현실이나 좀 많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일단 기본이요, 페북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의외로 트위터,텀블러가 좀 이런 류의 글은 잘 안나오더라.) '인싸가 되는 법' 내지는 '인싸가 되려면'식의 반은 우스개, 반은 홍보용 영상들도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반 음악방송에서도 뜬금없이 "인싸"를 주제로 한 곡이 나올 정도면 나는 좀 많이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미리 결론부터 내고 말하자. 뭔가 사람들의 "인정욕구"내지는 "관심욕구"에는 큰 흐름이 뭔가 존재한다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어쩔때는 "혼자있고 싶습니다 나가주세요." 라는 말이나 "고독씹기" 혹은 "삐뚤어질테다" 라는 말 혹은 "인생 조까라 마이싱 (혹은 마이웨이)" 내지는 "독고다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고작 몇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몇년 새 갑자기 "인싸가 되고 싶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으니 이것도 무슨 정권이 바뀌니 발생하는 일종의 작은 벨 에포크... 인가 싶었다.

(참여정부 시기때 "웰빙"이라는 말이 흥했다가 - 금지어로 찍힌 두개의 정부 전후때는 "실용"이라느니 "욜로"라는 말이 흥했다가 - 문재인정부 바뀌기 그 전후에는 "웰다잉"이라는 말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의가 훅 바뀌었으니 그걸 감안하면 굉장한 격세지감이다.)

아무래도 EH Think니까 내 이야기를 해야겠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한 시점에서 쭉, 내가 인싸인가, 아싸인가? 라는 질문을 물어보면.... 아싸였던 거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아싸의 개념과 대학교 시절의 아싸의 개념을 같게 볼 수는 없을 거 같다. 개인사적인 이야기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은 중학교 시절 겪었던 악몽같은 대인관계가 막 청산되려던 참이었다. 물론 고1 초기만 해도 위기가 없던 건 아니라서 (요즘은 너무 많이 울궈먹어서 이야기를 안하지만) 예림이나 정대하고 가끔 그때를 이야기하자면, 뭔가 시한폭탄이 계속 같은 반에 있는 기분을 좀 받았을 거 같아서 30대를 향해가는 지금의 시점에선 다소 미안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아웃사이더"의 개념이 대학교에서 정의하는 아웃사이더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취향의 측면에서 아웃사이더" 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교회 학생부 친구들 포함) 고하자면 이런 "취향의 측면에서의 아웃사이더"는 확실히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은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고 이게 단점만 있고, 뭐 집단 따돌림 당하는 지름길이라는 식의 그런 꼰대같은 소리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분명히 장점이 있다. 뭐냐면, 일찍이 자기만의 세계-취향-사회를 보는 관점이 뚜렷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친구는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간에) 뭔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강력한 한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단 이제 이게 나쁜 쪽으로 가지 않게만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참 어렵다. 미안하지만, 교회나 성당에서도 이런걸 잘 가르쳐주질 못한다. 왜냐면 그런 삶을 살아서 사회인으로 제대로 남은 성인들을 찾는 것이 교회 안에서던, 밖에서던 찾기가 좀 많이 어렵다. 사람이라는 것이 워낙 "잘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릴 때는 그게 뚜렷했다 하더라도 대학을 들어가고, 사회로 나오면서 (군대는 살짝 논외로 하자) 여러 변수로 인해 그 뚜렷함마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을 나 마저도 몸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 돈이 오고가는 문제 앞에서 사람은 그 관점과 생각 마저도 빠르게 붕괴한다는 것을 몇년새 절절히 느꼈다.

그런데 대학시절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의미의, 그러니까 요즘 20대가 말하는 "아싸"였긴 하다. 그런데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미리 주의하는 의미에서 말해주고 싶은 것은 

"꼭 그 대학교, 그 학과에서 소위 '아싸'라고 
그 사람이 학교 밖에서까지 
'아싸'라는 생각은 당장이라도 
갖고 있다면 제발 좀 버려라" 
라는 것이다.

왜일까? 대학교라는 곳은 일단 "학교 안보다 학교 밖에서 있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더 많기 때문" 인게 고등학교에서 말하는 "아웃사이더" 와 대학교에서 말하는 "아웃사이더"를 가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보통 전체 대학교에서 보낸 시간 중에서 학과 내 인원들하고 있던 시간을 굳이 정산을 낸다면 정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제한적이다. 팀플을 하던 안하던 상관 없이 그 대학교 학부의 큰 덩어리에서 학과 내의 동기-선후배와 친해지는 것은 사람마다 그 정도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왜냐면 내 대학 친구들 중 몇몇 처럼 정말 학회에서 살고 과실에서 살고 자취를 동기들하고 같이 한 친구들은 지금도 인스타그램 켜면 같이 밥먹고 여행가고 이러는게 보인다. 그런데 나처럼 그 외, 그러니까 학교에서 집이 가까우니까 집에만 죽치고 있던 집돌이이거나, 학회나 과실이 아닌 동아리실이나 기타 스터디그룹에 있었던 사람이거나 하면 당연히 그 학과,공동체에서는 아싸로 보이겠지만 그 바깥의 큰 덩어리에서는 인싸라는 것이다. 약간의 "상대성이론"이라고 보면 쉬울 거 같다. 

게다가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한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반은 대학생, 반은 사회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을수도, 반대로 극히 적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과연 인터넷등지에서 소위 "밈"으로 말하고 있는 인싸-아싸 관련한 이야기가 정말 오프라인 사회에서도 통용 되는지는 좀 의문이 든다. 사람에 따라 "인간 관계를 보는 관점이 다 다른데" 과연 우리가 요즘 말하는 "밈"이나 "트렌드","유행"을 따르고 탄다고 인싸가 되느냐?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거나 아니면 SNS를 하면서 "내가 인싸인가?" 혹은 "내가 아싸인가?" 하면서 고민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좀 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자 생각이 있다. 대학교를 끝마친 시점에서 졸업하고 딱 3개월이 지난 후 시점에서 느꼈던 것이 뭐였냐면, "결국엔 사람 눈에 잘 안보이면 아무리 SNS나 메신저나 그런 연락수단이 있더라도 연락을 하기도 버겁게 느껴지고, 당연히 나에게 연락이 오는 것도 버겁게 느껴진다." 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졸업 후 8월 언저리까지 늘 전화하거나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면 연락도 안왔고, 뭐 밥먹자는 약속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안생긴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좀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아싸인 사람도 인싸가 되는 때는 "아싸인 사람이 죽어서 장례식 부고가 뜰 때" 뿐이다.]라는 블랙유머는 사실이다. 그러니 너무 지금 인정을 못받고,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안심하라. 내가 지금 있는 이 공동체에 얼마나 깊숙히 속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 공동체를 갑자기 떠날 때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솔직히 이 글은 이전에 원래 생각해 둔 초고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점심 즈음 "대학교에 다니긴 하지만 뭐 딱히 학교 내에 다른 사람들하고 교류를 하고 있진 않아요."고 덤덤히 말했던 지원이의 말이 생각나서 약간 원고를 살짝...아니 좀 많이 수정 했음을 알린다. (뭐 내 글쓰기 방식이 가끔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갈 때가 한두번이었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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